정부군과 게릴라군의 휴전협정으로 오랜 내전 끝에 평화를 되찾은 스리랑카의 시골마을. 언제 전쟁이 재개될지 모르는 상황 속에서도 마을 사람들의 삶은 나태하기만 하다. 내전의 피해로 누군가는 죽고, 누군가는 실종되지만, 영화는 그런 것에 초점을 맞추지 않는다. 오히려 사람들의 삶은 과연 그들이 진짜 내전 중인가를 의심하게 만들 정도로 느슨하고 무의미하다. 관객의 기대를 저버리는 이 간극은 보는 이에게 더 큰 섬뜩함을 준다. 황량한 오두막 배경과 긴 호흡의 편집은 전쟁도 없지만 평화도 없는 자국의 기묘한 긴장상태를 전달하고자 했던 감독의 의도를 잘 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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